누군가에게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. 내가 40년도 더 전에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내 부친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, 내 부친은 ‘물리학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래?’라고 물어셨다. 2년 전에 돌아가신 내 부친이 또 묻는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할 수 있을 텐데, 정작 내 부친이 살아 계신다고 해도 ‘왜 당신의 큰 아들이 물리학을 해야 하는지’를 설득할 자신은 없다. 물리학은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. 그럼 여러분이 물리학을 좋아한다면, 왜 물리학을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 보자.
한국 물리학을 떠 받치는 힘은 무엇보다 한국 산업계가 물리학을 배운 다양한 일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. 사실 한국의 수많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없다면 한국의 물리학은 매우 왜소한 모습을 할 것이다. 하지만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을 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줄어가고 있고, 또 물리학은 기초과학 중에도 기피 과목이다. 사람들은 이를 물리학의 위기라고 한다.
나는 이런 물리학의 위기를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. 특히, 한 가지 점에서 우리가 왜 물리학을 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할 것이다. 내가 2010년경부터 시작해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의 경험이다.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나라 각 대학에 있는 연구 그룹들이 힘을 합친다면 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롭고 독창적인 연구가 가능하다고 본다. 나의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우리가 왜 물리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.